1858년 앨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제1권의 첫머리를 여는 도판으로, 터키풍 여름 복장을 갖춰 입은 인물 초상입니다. 프리스는 동방의 복식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앨범 서두에 내세워, 독자를 미지의 땅으로 안내하는 '여행자-사진가'라는 페르소나를 연출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동방 취향과 사진가의 자기 연출이 교차하는, 앨범의 성격을 압축한 흥미로운 서막입니다.
Francis Frith
프랜시스 프리스는 1850년대 이집트와 성지를 여러 차례 여행하며 기념비적인 풍경 사진을 남긴 영국의 사진가입니다. 혹독한 더위와 모래바람 속에서 까다로운 습판 콜로디온 기법으로 대형 원판을 현상해낸 그의 작업은 기술적 위업이자 시각적 경이였습니다. 피라미드와 고대 신전을 담은 그의 앨범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에게 고대 문명을 처음으로 '보여준' 창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가 세운 프리스 사진 출판사는 풍경 사진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거대한 아카이브로 성장하며, 사진과 출판을 잇는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나일강을 거슬러 오른 프리스의 여정이 닿은 아스완 일대를 담은 1857년의 풍경입니다. 강과 바위, 먼 지평이 만들어 내는 광활한 공간감은 습판 대형 원판이 지닌 풍부한 계조 덕분에 더욱 깊어집니다. 유럽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나일 상류의 풍경을 정밀한 사진으로 처음 전한, 사진 지리지의 한 페이지와 같은 작품입니다.
스핑크스와 대피라미드를 한 화면에 담은, 프리스의 이집트 연작을 대표하는 장면입니다. 모래에 반쯤 잠긴 스핑크스와 그 뒤로 솟은 피라미드의 기하학이 수천 년의 시간 척도를 사진이라는 가장 새로운 매체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사막 한복판에서 휴대 암실로 습판을 현상해 얻어 낸 이 선명한 이미지는, 고대의 장엄함과 근대 기술의 자신감이 마주친 기념비입니다.

하토르 여신에게 바쳐진 덴데라 신전의 주랑을 담은 1857년의 사진입니다. 당시 신전은 수세기 동안 쌓인 모래에 일부가 묻혀 있었고, 프리스의 렌즈는 기둥의 부조와 잠긴 모래의 대비를 통해 발굴 이전 고대 유적의 모습을 정확히 보존했습니다. 기둥의 반복이 만드는 리듬과 깊은 그림자가 화면에 장엄한 질서를 부여하는, 고고학적 기록이자 빼어난 건축 사진입니다.